Ji Won Song
   송지원 | 宋知垣 | VIOLINIST
August 6, 2020
[2020 교향악축제 리뷰] '프로그램 맛집' 강남심포니, 싱그러운 여름의 정취를 뿜어내다 *동영상 링크*

지난 8월 4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교향악축제가 어느덧 둘째 주로 접어들며 무더위와 장마를 오가는 현재, 강남심포니가 바통을 이어받아 더위를 날려줄 시원한 프로그램과 함께했다.

강남심포니, 글라주노프의 싱그러운 여름의 정취를 보여주다

첫 프로그램부터 글라주노프의 사계 중 여름이 등장했다. 글라주노프는 러시아인으로서 다른 나라에서 겪는 것과는 조금 더 선선한 여름을 겪은 사람이었으리라. 그의 <사계> 중 여름은 여유롭고 찬란한 여름을 담아내었는데, 이 곡을 선택함으로 예술의 전당을 찾은 청중에게 시원한 여름을 선사했다.

이 곡의 포인트는 바로 클라리넷의 솔로가 등장하는 3악장이다. 글라주노프는 청아한 클라리넷의 음색이 청량하면서도 여유가 넘치는 여름을 담아내도록 설계했다. 그리고 강남심포니의 클라리넷 주자는 마치 겨울왕국의 캐릭터 '올라프'가 여름에 소풍을 나와 돗자리를 피고 따스한 햇살을 즐기는 듯, 무더위 속에서도 싱그러운 여름을 즐기는 여유로운 모습을 상기시키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무결점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또 다른 프로그램, 글라주노프의 오페라 <레이몬다>의 제 3막 간주곡 이후 등장한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은 군더더기 없는 무결점의 연주를 보여주었다.

어떤 악기든 그렇겠지만 특히나 현악기는 제작자나 나무, 제작 방법 등 여러 요소에 따라 그 음색이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현악기 협주곡을 듣다 보면 연주자의 테크닉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연주자 특유의 연주 스타일로 만들어지는 개성과 악기 자체의 음색이 만나 이루는 시너지에 집중하게 되는 묘미가 있다. 그리고 더불어서 오케스트라와의 조화까지.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뷔페와도 같이 여러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바이올린 솔로가 서주부터 바로 등장하는 글라주노프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시작되었고, 송지원의 바이올린 특유의 음색이 귀에 들어왔다. 어느 시대의 곡이든 제한받지 않고 조절하기 좋은 음색이었다. 각 부분에 따라 날카로움과 따뜻함을 오가는 톤이 그녀가 악기에 대한 탁월한 이해력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해주었다. 톤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그녀의 연주는 청중을 더욱 편안하게 하면서도, 적당한 긴장감은 그들의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바이올린과 같은 현악기의 협연보다는 피아노 협연이 더욱 음향적으로 시너지를 발휘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바이올린 협연 무대에서는 오케스트라의 편성을 조금 줄여 바이올린의 음색과 비르투오소적인 테크닉이 청중에게 온전히 들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예술의 전당 홀에 맞는 협연 무대라고 생각해왔다.

낭만시대의 음악으로 고전음악보다 다양한 악기군이 사용되는 글라주노프 작품의 특성상 어쩔 수 없었던 편성일 수도 있지만, 오케스트라 반주의 음량이 조금 컸었던 점이 대체로 아쉽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점은 홀의 특성상 자리의 위치별로 와닿는 음량이나 울림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조절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여겨진다. 또한 특정 부분에서는 솔로에 비해 조금 느린 반응 속도의 반주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은 다소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강남심포니는 협연의 꽃인 솔로를 돋보이게 하는 잎사귀와 같은 질 좋은 반주를 제공했다. 협연자 송지원의 바이올린 소리의 음량도 적지 않게 컸기 때문에 특정 부분들 이외에는 그 아쉬움을 상쇄시켰고, 바이올린 솔로의 소리가 오히려 오케스트라의 질 좋은 울림을 타고 청중에게 잘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솔로와 오케스트라, 두 울림의 조합은 굉장히 좋은 궁합을 보여주었다.

협연자 송지원은 앙코르 곡으로 이자이의 바이올린 무반주 소나타 6번을 통해 비르투오소적인 면모를 한껏 뽐냈다. 10도 화음의 더블스톱 등 화려한 테크닉을 요구하는 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손쉽게 해내는 모습에서 많은 연습량을 엿볼 수 있었으며, 악기에 대한 탁월한 이해도를 지녔다는 그녀에 대한 평을 한 번 더 청중에게 납득시키는 무대였다.

조화로움에서 뻗어 나오는 울림

아무래도 현악보다 개개인의 수가 적은 관악기들의 소리가 다른 악기들과 조화를 이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강남심포니의 관악은 현악과 함께 어우러져 듣기에 굉장히 편안했다. 듣기 편안하면서도 모든 악기를 어우르는 음색이었다.

현악은 지휘자의 모습을 매우 닮은 듯했다. 굉장히 힘찬 지휘를 따라 단단하면서도 활기찬 연주였다. 호른은 모든 오케스트라 단원을 덮어주는 포근한 음색과 울림을 뻗어냈다. 각각의 목관악기들은 솔로나 중요한 파트에서는 역량을 발휘하면서도 오케스트라의 빈 공간을 파고들어 꽉 채우는 존재감이 있으면서도 조화를 이루었다. 마지막 브람스의 2번 교향곡의 마무리에서는 그 축제의 막바지로 향하면서 트럼펫이 폭발적으로, 시원하게 멀리 뻗어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마지막 앙코르 곡은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불새>의 관현악 모음곡 중 <자장가-피날레>였다. 지난 2월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공연을 하지 못하던 많은 오케스트라. 강남심포니는 별세한 바순 단원을 추모하며 이 곡을 앙코르 곡으로 선정했다. 잔잔한 도입부의 바순 솔로를 들으며 많은 청중은 추모하는 마음으로 바순 음색을 곱씹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후반부의 폭발적인 불새의 피날레를 감상하며 벅찬 마음으로 공연장을 떠날 수 있었다.

이번 2020 교향악 축제의 ‘프로그램 맛집’ 담당 강남심포니

이번 강남심포니의 교향악축제는 클래식 마니아는 물론 클래식 입문자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공연이었다. ‘글라주노프(Glazunov)’의 작품들로 구성된 1부로 작곡가의 매력에 매료되게 만들었다. 특히나 계절에 걸맞는 음악을 선보인 것이 인상 깊었다. 2부에서는 브람스의 2번 교향곡으로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4악장의 축제 분위기를 담아내었다. 청량한 여름의 면은 물론, 축제의 분위기까지. 침체되어 있는 시기의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치유의 힘을 주는 에너자이저와 같은 공연이었다.

좋은 프로그램 구성이 된 공연을 보고 나면 오히려 아쉬움 없이 벅찬 마음으로 공연장을 떠나게 될 때가 있다. ‘맛집’에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적당한 포만감으로 배가 되는 만족감을 느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다양한 연령대의 대중들이 찾아오는 교향악 축제에서 가장 알찬 프로그램 구성이 아니었을까 싶다.

[공연정보]

공연명: 한화와 함께하는 2020 교향악축제 스페셜 -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일시: 2020년 08월 04일 (화), 오후 7시 30분
공연장소: 예술의 전당 음악당 콘서트홀

[PROGRAM]

글라주노프 / “사계” 중 ‘여름’ Op.67
A. Glazunov / The Seasons (Vremena goda) : Summer, Op.67

글라주노프 / “레이몬다” 중 제3막 ‘간주곡’
A. Glazunov / Entr'acte to act Ⅲ from “Raymonda”

글라주노프 / 바이올린 협주곡 a단조 Op.82
A. Glazunov / Violin Concerto in a minor, Op.82

-Intermission-

브람스 / 교향곡 제2번 D장조 Op.73
J. Brahms / Symphony No.2 in D major, Op.73

 

차시현 withinnews@gmail.com

공연 영상 (KBS 중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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