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선율미 물씬 풍기는 곡 들려 드릴게요"

21 January 2021

"동양인이면서 한국 연주자인 저의 뿌리를 보여줄 수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해요."

다음달 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아시안 프로젝트'라는 제목의 리사이틀을 여는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28)은 1년 만의 독주회에 독특한 프로그램을 들고왔다. 공연 이름대로 아시아 작곡가들의 곡이 연주된다. 자신의 뿌리, 즉 정체성에 대한 고민의 결과다. 최근 한국일보 사옥에서 만난 송지원은 "클래식이 서양음악이다보니 유럽 작품을 많이 연주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언어, 문화적으로 사전에 배워야 할 게 많다"고 했다. 반면 동양의 작품들을 연주할 땐 이런 인위적인 노력 없어도 작품이 자연스레 몸에 스며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연주회의 첫 곡은 중국인 작곡가 허잔하오, 첸 강이 쓴 '나비 연인'이라는 제목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이 작품은 중국의 고전 설화를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뤄지지 못한 연인의 비극을 다룬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서양음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동양의 선율미를 물씬 풍기는데, 처음 듣는 사람도 친숙해질 수 있다.

 

송지원은 우승 타이틀을 거머쥔 2014년 중국 국제음악콩쿠르에 참가하면서 이 곡을 알게됐다. 송지원은 "처음에는 몰랐는데, 설화의 서사를 모두 이해한 다음 곡을 연주해보니 음악적 전개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면서 "관객 이해를 돕기 위해 공연 프로그램북에 직접 해설을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이상 작곡가의 '가사(Gasa)'라는 제목의 곡도 켠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바이올린이 성악가 역할을 하는 작품이다. 2017년 윤이상 콩쿠르 우승을 계기로 윤 작곡가의 음악세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송지원이 사명감을 갖고 선곡했다. 국내에서도 잘 연주되지 않는 터라 그 역시 공식 무대에서 연주해본 적이 없다. 송지원은 "조성이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비정형적인 작품"이라며 "비브라토(떨림)를 통해 한음 한음 강조되는 드라마틱한 선율이 독특하다"고 말했다.

동양의 선율에 초점이 맞춰진 공연이지만 독주회에는 유럽 작곡가의 곡도 추가해 동서양 균형감을 갖췄다. 송지원은 그리그와 바르토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도 선보인다. 각각 노르웨이와 헝가리의 음악을 대표한다. 공연에서 연주되는 곡들은 모두 지역색을 깊이 반영하는 공통점이 있다.

 

송지원은 프랑스 작곡가들의 래퍼토리에도 관심이 많다. 지난해 연말 풀랑의 바이올린 소나타, 쇼송의 '시곡(작품번호 25번)' 포레의 '꿈꾸고 난 후에'를 녹음한 디지털 음원을 공개했다. 애수어린 선율이 돋보이는 곡들이다. 코로나19로 허무하게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과 평범한 일상의 그리움을 담아 음원 제목은 '노스탈지(Nostalgie·향수)'라 지었다. 송지원은 "앞으로도 온라인에서 음악적 소통 기회를 늘려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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