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적 접근으로 한층 더 깊이있게 듣는 음악, 아카데미 열정과 나눔 프로젝트 콘서트

27 January 2022

아카데미 열정과 나눔 프로젝트 콘서트

상실과 회복Ⅳ.아크로폴리스에서

2022년1월25일 세종체임버홀

 

심포지움(향연)을 독보적 스피치(연주)로 이끈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아카데미 열정과 나눔이 소통화 화합을 통한 상실된 인간성의 회복,프로젝트 콘서트 ‘상실과 회복’의 마지막 시리즈 ‘아크로폴리스에서’를 관통하는 작품이자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으로 고른 번스타인의 ‘바이올린 독주와 현악 앙상블,하프와 퍼커션을 위한 세레나데’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연주였다.플라톤의 ‘향연’을 모티브로 하는 이 곡은 독주 바이올린이 회의를 주제하는 연사 역할을 하는데,솔리스트로 발탁된 송지원은 이 심포지움(향연)을 독보적 스피치(연주)로 이끌었다.좌우 양 진영의 고조된 열기를 완급하고,적절한 타이밍에 화제를 전환하는 것은 물론 화술(테크닉),모나지 않은 화법(테크닉의 적용),고급스런 톤을 가지고 있었다.참여자 전원이 각자의 확실한 논리를 토대로 목소리를 내려 해도 어디에도 끌려다니지 않고 자신의 논조(음악)을 유지하는 당돌함과 자신감도 갖고 있었다.음악을 이론으로,또 몸과 마음으로 이해하려 했던 일련의 과정이 눈에 선하게 박혀들었다.어느새 약음기를 장착해 물에 탄 술인 듯,술에 물 탄 듯 흐멀흐멀해진 2곡 아리스토파네스를 지나 3곡 에릭시마투스는 스타카토(혹은 논레가토)의 무궁동이 프레스토를 타고 엄청난 반전을 이룬다. 4곡 아가톤을 끌고 가는 에너지는 마그마를 분출하기 직전의 화산 같은 위태로움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는데,흔들림도 조급함도 없이 긴 호흡을 폭넓은 프레이즈로 이끌며 확장시키는 연주자들의 집중력이 무서울 정도였다.이는 한눈을 판 사이 패드(영상 혹은 사진에서 필터를 적용하듯)아래 점층적으로 페이드아웃 되고,이윽고 마지막 5곡 소크라테스:알키비아데스로 쏟아져 내려왔다.

 

이 곡에 다다른 순간 비로소 ‘피부로 체감하는 번스타인’이 바로 앞에 와 있었다.그 시절 조수미가 부르던 캔디드 속 아리아,스테디셀러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2021년 스필버그도 영화화했다), ‘치체스터 시편’을 남기고 떠난 KBS교향악단의 요엘 레비를 지나 오늘의 ‘세레나데’까지.날카로운 저음 총공세에 신경질적인 현악기들의 활,변태적인 유니즌과 이 모두를 난타하며 흩뿌리는 자극적인 타악기 모두가 음량의 맥시멈으로 공격하는 순간,압도당함과 동시에 알 수 없는 희열의 세계로 진입하고 있었다.

 

모차르트도 바흐도 발표 당시에는 현대음악이었다며 현대음악과의 친밀도를 높이자는 음악감독 진윤일의 기획의도,인문학적 접근으로 한층 더 깊이있게 듣는 음악,혼신을 다한 악장 이보연과 앙상블,좁은 무대에서 사운드 믹싱에 고뇌했을 카로스 타악기 앙상블,이들 모두를 전적으로 믿고 번스타인의 뮤즈가 된 송지원까지.회복을 넘어 거룩하기까지 한 소통의 밤,화합의 밤이었다.

 

글. 김은중

THE ST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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